근본적인 형상에 착념하다.

amondz exclusive, FINLEE 핀리
2021. 01. 28
Editor’s comment
가로 – 세로 2cm 남짓 되는 작은 모형이 우리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누군가에겐 사랑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누군가에겐 은밀한 마음을 담은 문구나 이니셜을 담아 힘들 때마다 꺼내어보는 시그널로 간직되기도 한다. 꾸밈 이상의 작은 메신저가 되기도 하는 주얼리.
오늘은 이 작은 형상에 영원을 담아보고자 덤덤하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영원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핀리. 아몬즈매거진과 핀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엔 어떤 영원성이 담겨있을지.
핀리 웹사이트를 구경하면서 눈에 들어왔던 한 문장이 있다. “We hate difficult art.” 핀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좋은 예술이라는 질문에 맞는 정확한 답이 있을까? 현대미술 관점에서 예술의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핀리가 하는 예술 혹은 행위가 누군가에게 와닿을 수 있는 포인트가 꼭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문장을 사용했다. 개인이 예술에 대해 느끼는 바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감동을 받는 그 포인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기 때문. 핀리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예술로 다가오는 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예술’ 멋진 말이다.
똑같은 형상을 보더라도 개인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터칭은 다양하다. 특히 현대미술 관점에서 ‘좋은 예술’이란 답이 없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한다. 따라서, 핀리의 작업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어려운 작업으로 다가가기보다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안국에 쇼룸을 마련한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동네에서 느껴지는 공간적인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좋았다. 주변에 좋은 공간들도 많고, 동네를 걸었을 때 느껴지는 여유도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에 쇼룸을 마련하게 된 것.
핀리의 상품과 룩북에서 외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사실 첫 번째 룩북의 컬렉션은 동양인 모델분과 함께 시작했다. 동양적인 모델로 시작한 이유는, 다양한 무드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핀리에 이지적인 느낌이 난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핀리의 룩북이나 인스타그램피드를 보고 평소에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높은 감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보고, 좋은 공간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amondz exclusive #아몬즈 단독
amondz exclusive 3종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exclusive 상품 기획의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
아몬즈 MD님께 먼저 연락을 받았고, 제안해 주신 디자인에 대해 스케치 작업을 오고 가며 디자인을 점점 완성했다.
* amondz exclusive?! ‘아몬즈 데이터와 사용자들에 기반한 디자인’ + 아몬즈 내 입점된 주얼리 디자이너만의 ‘유니크한 디자인 감도’를 더하여 특별하게 제작되는 프로젝트
* DROP RING
이름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물이 떨어지기 직전의 형상’을 디자인한 것. 물이 ‘두두두두'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끝부분에서 마지막 부분에 고여있는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그 시간을 형상으로 만들게 되면, 그 시간이 영속적으로 담길 수 있기 때문에. 주얼리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순간적인 시간을 영속적으로 담는다는 부분이 멋지다.
마치 조각 작품이 순간의 시간을 담듯이, 그런 찰나의 시간을 반지에 담아보려고 했다.
단순히 손가락에 착용할 반지 하나를 만든다는 개념에서 훨씬 확장되는 것 같다.
이러한 내러티브가 소비자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쉐입이 과도하지 않게 표현이 되었기 때문에 스타일링 할 때 선택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SMALL VOLUME RING
두 개의 쉐입을 연결한 이후, 가운데 컷팅을 한 번 새긴 디자인이다. 현대 조각물을 보고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반지. 처음엔 이 디자인이 채택될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좀 놀라기도 했다. 구조적이면서도 일렁이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 STACKING RING
“STACKING”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미있었다. 건축 쪽에서는 구조적인 무언가를 표현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개념을 패션으로 표현한다면 ‘레이어링'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겠다. 이러한 개념을 담은 반지이다. 이번에 출시한 반지들 중에 가장 인기가 많다. 어제까지 하나 남았었는데, 현재 재고가 없어 보여드릴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무척이나 아쉽지만, 매거진 구독자 분들에게 실물은 룩북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세 개가 다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느낌이 든다.
세 개의 반지는 각각 다른 쉐입으로 디자인이 되었지만, 같은 조형 언어들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EXCLUSIVE 반지 3종을 제작하는 기간이 꽤 길었던 걸로 알고 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추울 때 시작했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추워서 스튜디오 물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따뜻해질 때 출시하게 되어 기억이 새록새록.
이번 exclusive 상품을 보다 보니, 핀리만의 (광), 곡선,  심플함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심플하면서도 심심하지 않고, 너무 무거운 분위기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또 가볍지만은 않아 충분히 존재감이 있달까.
핀리의 주얼리는 핸드 크라프트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기 보다, 심플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이러한 핀리의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피니싱’ 방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이러한 주제로 회의를 진행하며 내린 결론이 ‘하이 피니싱'이고. 이를 적용했을 때, 핀리가 추구하는 구조적인 미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빈티지하고 핸드 크라프트를 추구하는 잘 하는 브랜드는 이미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핀리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이번 룩북은 모두 흑백이다. 처음 봤을 때,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룩북을 촬영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링'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화보로 컨셉을 잡았다. 그래서 얼굴이 나오기보단 무드가 확실한 컷으로 찍으려고 노력했었다.
FINNLEE의 작업물과 어울리는 사람을 생각해본적이 있는지?
정적인 감도를 유지하는 분들이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핀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컬렉션을 “본질은 영원하다"를 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런 단어들은 패션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핀리를 이런 사람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본래 Industrial Design을 전공했다. 하지만, 원래 제품이나 실물 자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관심을 가지며 관련된 분들과 관계를 맺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셨다니, 핀리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원래 주얼리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소비자'였었다. 그런데, 당시 국내 주얼리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일련의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룩북은 굉장히 감도 있고 멋있었지만, 실물을 받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 같은 부분이랄까.
어떤 말씀 하시는지 너무 공감이 간다. 룩북을 보고 기대하고 주문했지만, 막상 받아 보았을 땐 작은 플라스틱 백에 달랑 담겨져있는 그런 부분을 말씀하시는건지.(웃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품을 받았을 때의 사소한 경험 자체가 설계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아쉬웠다. 핀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매하고 그 제품을 받기까지의 과정 자체에 핀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영감을 받으려고 진지하게 노력을 한다기 보다, 전반적으로 공간 그리고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간 자체가 주는 영향력 뿐만 아니라, 음악도 좋아한다. 향기, 예술, 책, 등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진 경험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건축적인 요소가 핀리가 가진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건축적인 요소 자체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건축물 자체에 어울리는 주얼리는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하고, 또는 예술 자체가 가진 내러티브에 집중하기도 한다.
핀리의 옷들이 너무 멋지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지, 좋아하는 컬랙션이나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다면?
다양한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원래 좋아했고, 핀리에서 다양한 룩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핀리 의류 쪽은 좋은 시기에 좋은 디자이너분들을 만나 시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가브리엘 콜란젤로 (GABRIELE COLANGELO), 구성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부분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님의 개인적인 일상, 관심사나 취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면.
좋은 공간 혹은 좋은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려고 노력한다. 좋은 전시를 구경하거나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다음 플랜에 대해 정리가 되기도 하고. 쉬는 날 가구를 구경하거나 쇼핑도 좋아하는데 별다른 건 없다. 이런 부분까지 말하는 게 맞을지. (웃음)
핀리를 보면, 다양한 디자이너 및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협업할 때 핀리만의 원칙이 있는지?
규모에 대해선 크게 고려하지 않고, 같이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한다.
이야기를 만든다는것.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에게 어떤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가 결국은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규모를 보지 않게 되더라.
디자이너 개인으로서 그리고 핀리의 방향성 & 2021년.
개인적인 목표는 여유를 가지는 것. 브랜드로서는 뉴컬랙선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다. 좀 더 핀리스럽지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또한 해외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고, 관련된 분들과 연락하고 있는 중이다.
epilogue
2차원의 유한한 시간 속을 살아가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영원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영원이라는 개념은 조금 멀게 느껴지는데. 핀리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풀어낸 영원성을 담아내기에 우리의 손과 발로 충분할 지. 그래도 찰나의 시간에 영원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주얼리만큼 좋은 오브제는 없을 듯 하다.
CREDIT
Editor Hye Jeon Hwang
Photographer Kam Ku MD Hya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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